이번 주는 glitchcore에 꽂혀서 만들어봤습니다
굉장히 쾌락주의적인 사운드들이 많아서
제가 만들어 본 모든 장르 중에 가장 귀가 피곤하고
정신적으로도 조금 피폐해진 듯합니다
이 쪽 장르를 전문적으로 만드시는 분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중 glitchcore 맛을 줄이고
대중적이고 들을만한 곡을 들고 와봤습니다
다른 곡들은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screenburn >
https://www.youtube.com/watch?v=-AFcCKOVqGM
< Locked on You >
https://www.youtube.com/watch?v=fYoe6A-qAVQ
디지털 파열음의 미학: 글리치코어(Glitchcore)의 심층 분석과 문화적 현상학
서문: 오류(Glitch)가 예술이 되는 순간
2020년대의 시작과 함께 디지털 공간은 전례 없는 소음으로 뒤덮였다. 팬데믹이라는 물리적 단절은 역설적으로 디지털 연결의 과잉을 불러왔고, 스크린 너머의 세계는 현실을 대체하는 거대한 시뮬라시옹이 되었다. 이 혼돈의 시기에 탄생한 글리치코어(Glitchcore)는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선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징후이다. 깨지고, 끊어지고, 왜곡된 소리들의 집합체인 글리치코어는 매끄러운 고해상도의 디지털 유토피아에 대한 반기이자, 정보 과부하에 시달리는 젠지(Gen Z) 세대의 신경증적 초상이다.
본 보고서는 글리치코어라는 현상을 해부하기 위해 작성된 심층 분석 리포트이다. 우리는 글리치코어의 정의와 계보를 추적하고, 소리를 조각내는 제작 기법을 기술적으로 파헤치며, 시각적 미학(Aesthetics)이 음악과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탐구할 것이다. 나아가 100 gecs, David Shawty, CMTEN과 같은 장르의 개척자들부터 한국의 Effie, Joypros에 이르는 글로벌 씬의 흐름을 조망하고, 이 모든 현상의 기저에 깔린 철학적 함의—'뇌가 녹아내리는(Brain Rot)' 시대의 실존적 불안—를 고찰한다. 이것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시대의 디지털 정신병리학에 대한 보고서이다.
1. 장르의 존재론: 하이퍼팝의 그림자에서 디지털 파편으로
1.1 용어의 정립과 장르적 혼종성
'글리치코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논쟁적이다. 초기에는 1990년대의 브레이크코어(Breakcore) 씬에서 유래한 용어였으나, 2020년대를 전후하여 하이퍼팝(Hyperpop) 및 디지코어(Digicore) 씬과 연동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했다. 대중음악 비평가들과 리스너들 사이에서 글리치코어는 종종 하이퍼팝의 하위 장르로 간주되거나 디지코어와 동의어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음악적 텍스처(Texture)와 지향점의 미세한 차이를 통해 우리는 이들을 구분할 수 있다.
| 장르 | 핵심 특징 및 지향점 | 주요 아티스트 예시 |
| 하이퍼팝 (Hyperpop) | 팝 음악의 트로프(Trope)를 극대화(Maximalism)하고 패러디함. 멜로디 중심, LGBTQ+ 문화와의 연계성 강함. | 100 gecs, Charli XCX, SOPHIE, A. G. Cook |
| 디지코어 (Digicore) | 인터넷 커뮤니티(Discord) 기반의 lo-fi한 감성. 힙합/이모 랩(Emo Rap)의 영향이 강하며,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서사 중시. | glaive, ericdoa, midwxs |
| 글리치코어 (Glitchcore) | 사운드의 '오작동'과 '파괴'에 집중. 빠른 BPM, 극단적인 스터터(Stutter), 고음의 피치 시프트, 공격적인 텍스처. | David Shawty, Yungster Jack, CMTEN |
| 시질코어 (Sigilkore) | 오컬트적 요소와 트랩의 결합. 비트크러싱된 베이스, 어둡고 주술적인 분위기, 오디오 클리핑의 적극적 활용. | Luci4, 2shanez |
| 다리아코어 (Dariacore) | 기존 팝/댄스 음악의 초고속 샘플링 및 매쉬업. 저작권 개념의 해체, 무질서한 컷앤페이스트(Cut-and-Paste) 작법. | leroy (Jane Remover) |
글리치코어는 하이퍼팝이 구축한 '과장된 팝'의 토대 위에서, 사운드의 구조적 결함을 미학의 정점으로 끌어올린 형태라 할 수 있다. "글리치코어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하이퍼팝이다(Glitchcore is hyperpop on steroids)"라는 NME의 표현은 이 장르의 과격한 속성을 정확히 포착한다.
1.2 역사적 계보: 소음의 예술화
글리치 미학의 뿌리는 깊다. 20세기 초 루이지 루솔로(Luigi Russolo)의 미래주의 선언 『소음의 예술(L'arte dei rumori, 1913)』은 기계음과 소음을 음악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최초의 시도였다. 이후 1990년대, CD의 튀는 소리나 하드웨어의 오작동음을 음악적 재료로 삼은 오발(Oval), 오테커(Autechre) 등의 실험적 전자음악가들이 '글리치(Glitch)'라는 장르를 확립했다.
그러나 2020년대의 글리치코어는 이 학구적인 전자음악의 흐름보다는, 인터넷 문화의 '밈(Meme)'적 속성과 결합하며 진화했다. 2010년대 중반 PC Music 레이블이 주도한 '버블검 베이스(Bubblegum Bass)'는 인공적인 질감과 피치 업(Pitch-up)된 보컬을 통해 팝의 새로운 문법을 제시했고, 이는 글리치코어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었다. 특히 100 gecs의 등장은 이 모든 흐름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들의 음악에서 들리는 무질서한 장르 혼합과 왜곡된 베이스는 글리치코어가 대중적(혹은 서브컬처적) 현상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 소리의 해체학: 제작 기법과 기술적 분석
글리치코어의 사운드는 전통적인 화성학이나 편곡법보다는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과 VST 플러그인이 제공하는 우연성과 파괴력에 의존한다. 이 장르의 프로듀서들에게 '오류'는 수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탐구하고 증폭시켜야 할 핵심적인 음악적 재료이다.
2.1 핵심 사운드 디자인: 스터터와 피치 시프팅
글리치코어를 규정짓는 가장 큰 청각적 특징은 스터터(Stutter) 효과이다. 이는 보컬이나 악기의 특정 구간을 아주 짧은 단위(1/16, 1/32, 혹은 그 이상)로 반복 재생하여 마치 CD가 튀거나 파일이 손상된 듯한 느낌을 주는 기법이다.
- 보컬 프로세싱(Vocal Processing): 목소리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다. 오토튠(Auto-Tune)의 'Retune Speed'를 0으로 설정하여 음정 변화를 기계적으로 만들고, 포먼트(Formant)를 조작하여 성별과 연령을 알 수 없는 '칩멍크(Chipmunk)' 혹은 '악마적인' 목소리를 생성한다. 이는 젠지 세대의 유동적인 자아 정체성(Fluid Identity)을 청각적으로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 비트크러싱(Bitcrushing): 오디오의 비트 심도(Bit Depth)와 샘플 레이트(Sample Rate)를 고의로 낮추어 '지직거리는' 디지털 노이즈를 입힌다. 이는 사운드에 거친 질감(Grit)과 공격성을 부여하며, 90년대 저해상도 디지털 환경에 대한 향수(Nostalgia)를 자극한다.
2.2 필수 VST 플러그인과 툴킷
글리치코어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프로듀서들이 애용하는 소프트웨어 도구들은 이 장르의 기술적 기반을 형성한다.
| 플러그인 명칭 | 개발사 | 주요 기능 및 장르 내 활용 | 비고 |
| dBlue Glitch 1.3 | Illformed | 무료 VST의 전설. 테이프 스톱, 리버스, 셔플 등 9가지 효과를 시퀀서 형태로 배열 가능. 특유의 거친 사운드 때문에 여전히 선호됨. | 32-bit 전용이라 현대 DAW에서 구동 시 브릿지 필요 |
| Glitch 2 | Illformed | dBlue Glitch의 유료 후속작. 더 정교한 제어와 모던한 UI 제공. 64-bit 지원. | |
| Portal | Output | 그래뉼라(Granular) FX. 소리를 입자 단위로 쪼개어 시공간을 왜곡하는 듯한 몽환적 텍스처 생성. | 사운드스케이프 형성의 핵심 |
| Little AlterBoy | Soundtoys | 보컬 포먼트 및 피치 시프터. 글리치코어 특유의 인공적인 보컬 톤을 만드는 표준 툴. | 하드 튜닝과 병행 사용 |
| Gross Beat | Image-Line | FL Studio 내장 플러그인. 시간과 볼륨을 조작하여 리듬을 쪼개거나 스크래치 효과를 냄. | 트랩 및 글리치코어 리듬의 핵심 |
| Ott | Xfer Records | 멀티밴드 컴프레서. 사운드를 극도로 압축하여 고음역대를 강조하고 '꽉 찬' 느낌을 줌. | 무료지만 필수적인 "Soundgoodizer" |
이 외에도 iZotope Stutter Edit 2, Glitchmachines Fracture, Polyverse I Wish 등이 소리를 미세한 단위로 조작하는 데 사용된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는 BandLab이 접근성 높은 제작 도구로 활용되며, 10대 프로듀서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
2.3 리듬의 파편화와 구조적 특징
글리치코어 트랙은 일반적인 팝 음악의 기승전결(Verse-Chorus-Bridge)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곡의 길이는 2분 내외로 매우 짧으며, 인트로 없이 바로 하이라이트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의 소비 호흡에 맞춰진 결과이다.
BPM은 140에서 180 이상을 넘나들며, 트랩 비트와 브레이크비트가 혼재된 리듬은 청자를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드럼 사운드는 과도하게 압축되어 평면적(Flat)이고 날카롭게 들리며, 베이스라인은 스피커가 찢어질 듯한 클리핑(Clipping)을 의도적으로 허용한다.
3. 시각적 미학: 안구 테러(Eye-strain)와 사이버 펑크의 변주
글리치코어는 청각적 경험인 동시에 강렬한 시각적 체험이다. 이 장르의 비주얼은 음악의 혼란스러움을 시각적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며, 주로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매드무비(AMV) 등을 통해 유통된다.
3.1 아이 스트레인(Eye-strain)과 경고의 미학
"Flash Warning(섬광 주의)"이라는 문구는 글리치코어 영상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채도가 극도로 높은 형광색(Neon Colors), 빠르게 점멸하는 화면, 깨진 픽셀 효과 등은 시각적 과부하를 유도한다. 이는 사용자의 시선을 강제로 고정시키는 전략이자, 디지털 매체의 불안정성을 시각화하는 예술적 시도이다. 색상 팔레트는 주로 #FF001E(네온 레드), #F727F7(마젠타), #27F727(라임 그린), #001EFF(일렉트릭 블루)와 같이 RGB 값이 극단적인 색상들로 구성된다.
3.2 얼라이트 모션(Alight Motion)의 문법
PC 기반의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s)가 아닌, 모바일 영상 편집 앱인 얼라이트 모션(Alight Motion)이 글리치코어 비주얼의 주류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는 젠지 세대가 모바일 네이티브임을 증명하며, 앱 특유의 투박하고 거친 효과들이 장르의 lo-fi한 감성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핵심 시각 효과 (Alight Motion Effects):
- Tiles (타일): 화면을 바둑판처럼 복제하고 'Mirror' 옵션을 통해 경계면을 반전시킴으로써, 화면이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환각적인 공간감을 형성한다.
- Turbulent Displace (터뷸런트 디스플레이스): 화면을 물결치듯 일그러뜨리는 효과로, 현실 공간의 왜곡을 표현한다.
- RGB Split (RGB 분리): 색수차 효과를 주어 피사체의 윤곽선을 빨강, 초록, 파랑으로 분리시킨다. 이는 마치 3D 안경을 벗고 영화를 보는 듯한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 Data Moshing (데이터모싱): 영상의 압축 데이터를 손상시켜 픽셀이 뭉개지거나 이전 프레임의 잔상이 남게 하는 기법.
3.3 텍스트와 폰트: 파괴된 타이포그래피
글리치코어 영상에 사용되는 텍스트는 가독성보다 심미성을 중시한다. 주로 사용되는 폰트들은 글자가 깨지거나(Distorted), 픽셀화되거나, 미래지향적인 사이버펑크 스타일을 띤다.
- 주요 폰트: Mokoto Glitch, Fault, Avalon, System Glitch, VCR OSD Mono 등.
- 특수 문자: 잘고(Zalgo) 텍스트(글자 위아래로 무질서한 기호가 붙는 형태)나 아스키 아트(ASCII Art)가 결합되어 디지털 붕괴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3.4 애니메이션과 서브컬처의 차용: 큐트고어(Cutegore)
글리치코어 비주얼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특히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자극하는 캐릭터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지뢰계(Jirai Kei)' 패션이나 '멘헤라(Menhera)' 미학이 결합되어, 귀여움(Kawaii)과 기괴함(Creepy/Gore)이 공존하는 큐트고어(Cutegore) 스타일을 형성한다. 헬로키티나 쿠로미 같은 산리오 캐릭터가 피를 흘리거나 무기를 들고 있는 이미지, 노이즈 낀 화면 속에서 웃고 있는 애니메이션 소녀의 모습은 이 장르의 상징적인 도상이다. 이는 순수함과 폭력성, 귀여움과 우울함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병치시킴으로써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4. 철학적 해석: 뇌가 녹아내리는(Brain Rot) 시대의 실존
글리치코어의 광적인 속도와 파괴된 형식은 단순한 유희를 넘어 2020년대 청년 세대가 겪는 집단적인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4.1 정보 과부하와 디지털 신경증
젠지(Gen Z)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네트워크에 접속된 '디지털 원주민'이다. 이들은 알고리즘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와 디지털 피로감을 호소한다.
최근 틱톡에서 유행하는 '코어코어(Corecore)' 현상은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코어코어는 의미 없어 보이는 뉴스 클립, 영화 장면, 밈, 감정적인 음악을 무작위로 빠르게 편집하여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공허함을 드러내는 영상 양식이다. 글리치코어는 이러한 '뇌가 녹아내리는(Brain Rot)' 감각을 청각적으로 구현한다. 도파민 피드백 루프에 중독된 뇌가 경험하는 혼란과 과부하 상태를 음악으로 외재화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불안을 해소하거나 혹은 그 상태 자체에 탐닉하게 만드는 것이다.
4.2 하이데거와 스티글레르: 도구의 오작동과 존재의 드러남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도구가 고장 났을 때 비로소 그 도구의 존재성이 우리에게 드러난다고 말했다(Vorhandenheit).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투명하게 기능하지만, 오류(Glitch)가 발생해 화면이 깨지거나 소리가 끊길 때 우리는 비로소 기술 매체의 물질성(Materiality)을 자각하게 된다.
베르나르 스티글레르(Bernard Stiegler)의 기술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글리치코어는 매끄러운 디지털 소비 경험을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매끄러운 환상'에 균열을 내는 행위이다. 완벽하게 정제된 K-Pop이나 빌보드 팝 음악에 대항하여, 노이즈와 오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사보타주(Sabotage)이자 저항이다.
4.3 팬데믹과 고립의 미학
글리치코어가 2020년을 기점으로 폭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Lockdown) 조치는 전 세계의 10대들을 방 안에 가두었고, 그들의 유일한 소통 창구는 인터넷이 되었다. 물리적 현실이 차단된 상황에서 디지털 자아는 비대해졌고, 고립감과 우울감은 증폭되었다. "Hyperpop is dead"라는 선언이 나오는 이유도, 팬데믹이 끝나고 아티스트들이 다시 현실 세계로 나오면서 그 시절의 폐쇄적이고 강박적인 에너지가 힘을 잃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글리치코어는 그 시절, 방 구석에서 스크린을 노려보며 느꼈던 답답함과 광기를 박제해 놓은 시대의 기록이다.
5. 카오스의 사례 연구: 주요 아티스트와 트랙 분석
글리치코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장르를 정의한 기념비적인 트랙들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5.1 David Shawty & Yungster Jack - "Pressure": 장르의 청사진
David Shawty와 Yungster Jack은 글리치코어의 문법을 확립한 선구자들이다. 그들의 곡 "Pressure"는 이 장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다.
- 사운드 분석: 곡은 몽환적이고 통통 튀는 신스 멜로디 위로, 과도한 오토튠이 걸린 보컬이 랩과 노래의 경계를 넘나든다. 가장 큰 특징은 보컬 찹(Chop)과 스터터 효과의 남발이다. 문장 중간에 소리가 끊기거나 반복되며, 리듬은 불규칙하게 흔들린다.
- 가사 및 분위기: "I'm under pressure"라고 반복하는 후렴구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호소하지만, 곡의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가볍고 유쾌하다. 이는 심각한 상황을 밈으로 승화시키는 젠지 세대의 방어기제를 보여준다.
- 비주얼: 저예산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그린 스크린 효과와 엉성한 CGI를 사용하여 '일부러 망친' B급 감성을 극대화한다.
5.2 CMTEN - "NEVER MET! (feat. Glitch Gum)": 틱톡 바이럴의 신화
CMTEN의 "NEVER MET!"은 글리치코어가 대중적 밈으로 소비될 수 있음을 증명한 곡이다.
- 음악적 구조: BPM 100~160을 오가는 급격한 템포 변화(사실 더블 타임 필)가 특징이다. 도입부의 고음 피치 업 보컬("I wish we never met!")은 즉각적으로 귀를 사로잡으며, 곧이어 터져 나오는 8-비트 신디사이저와 디스토션 걸린 베이스는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 글리치 기법: 보컬 트랙에 dBlue Glitch의 'Tapestop' 효과와 'Reverser' 효과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후반부에는 소리가 완전히 깨져버리는 듯한 노이즈 벽(Wall of Noise)이 등장하며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 문화적 현상: 이 곡은 틱톡에서 수백만 건의 챌린지 영상에 사용되었다. 사용자들은 곡의 급격한 비트 드롭(Drop)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변신시키거나(Glow-up),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영상을 편집하여 올렸다.
5.3 100 gecs: 혼돈의 마에스트로
엄밀히 말해 하이퍼팝의 범주에 더 가깝지만, 100 gecs (Dylan Brady & Laura Les)가 없었다면 글리치코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앨범 《1000 gecs》와 트랙 "Money Machine"은 스카(Ska), 덥스텝, 팝 펑크, 트랜스를 초단위로 섞어버리는 작법을 통해 '장르의 죽음'을 선언했다. 그들의 영향력은 수많은 'Gec-clones'를 양산하며 글리치코어 씬의 사운드 팔레트를 확장시켰다.
6. 한국의 글리치 씬: 서울의 디지털 파열음
글리치코어는 영미권을 넘어 한국에서도 독창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K-Pop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은 주류 음악의 문법을 비틀고 재해석하며 독자적인 씬을 형성하고 있다.
6.1 Effie (에피): 한국형 하이퍼팝의 선구자
Effie는 한국 하이퍼팝 및 글리치코어 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이다. 그녀는 Bladee, Ecco2k 등 드레인 갱(Drain Gang)의 영향을 받아 몽환적이면서도 우울한 정서를 한국적 맥락으로 풀어낸다.
- 음악 스타일: 그녀의 데뷔 앨범 《E》는 lo-fi한 비주얼과 hi-fi한 멜로디의 대조가 돋보인다. "Vanilla Sky"와 같은 트랙에서 영향을 받은 그녀의 음악은 K-Pop의 완벽하게 기획된 아이돌 이미지와 대비되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디지털 소외감을 표현한다.
- 사운드: 오토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공격적인 글리치보다는 몽환적이고 공간감 있는 사운드스케이프를 지향한다. 이는 'Sad Girl' 무브먼트와 결합하여 한국 청년들의 우울과 불안을 대변한다.
6.2 Joypros (조이프로스): 데몬 모드(Demon Mode)의 에너지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Joypros는 더욱 공격적이고 서브컬처적인 글리치코어를 선보인다.
- 앨범 《DEMON MODE》: 앨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음악은 게임 문화와 애니메이션 서사를 강하게 차용한다. "Pang! Pang!", "Zero Hour"와 같은 트랙들은 트랩 비트 위에 날카로운 신디사이저와 찢어지는 베이스를 얹어, 마치 보스전(Boss Battle)을 치르는 듯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 특징: 한국어 가사와 영어를 혼용하며, 애니메이션 대사를 샘플링하거나 게임 효과음을 리듬 악기로 사용하는 등 '오타쿠(Otaku)' 문화를 힙합/일렉트로닉 문법으로 세련되게 변주한다.
6.3 언더그라운드와 사운드클라우드 씬
사운드클라우드는 한국 글리치코어의 인큐베이터이다. 'Joonggonara(중고나라)', 'Earthisflattt'과 같은 트랙들은 한국의 인터넷 문화(중고 거래 사기, 밈 등)를 소재로 삼아 글리치코어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보여준다. 또한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Frost"나 세븐틴의 "GAM3 BO1" 같은 K-Pop 아이돌 트랙에서도 글리치코어/하이퍼팝의 요소를 차용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이 장르가 점차 주류(Mainstream)로 스며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7. 결론 및 미래 전망: 포스트-하이퍼팝 시대의 도래
7.1 '하이퍼팝의 죽음' 그 이후
2023년을 기점으로 "하이퍼팝은 죽었다"는 담론이 지배적이다. 팬데믹의 종료와 함께 많은 아티스트들이 인디 록이나 다른 장르로 전향했고,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낸 거품이 꺼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것은 장르의 소멸이라기보다는 '장르의 보편화'로 해석해야 한다. 글리치코어의 작법(오토튠, 글리치, 맥시멀리즘)은 이미 찰리 XCX, 100 gecs를 넘어 빌보드 차트의 팝 음악과 K-Pop 깊숙이 침투했다. 더 이상 '글리치코어'라는 이름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그 사운드가 일상화된 것이다.
7.2 2025년의 풍경: 분화와 진화
2025년 현재, 글리치코어는 단일 장르로 남기보다 다양한 마이크로장르로 분화하고 있다.
- 지역화(Localization): 브라질의 'Hyper mandelão', 일본의 '도쿄 하이퍼팝', 한국의 독자적 씬 등 각 지역의 음악적 뿌리와 결합한 변종들이 등장하고 있다.
- 장르 융합: 슈게이징(Shoegaze)의 노이즈와 글리치코어의 디지털 노이즈를 결합한 '글리치게이즈(Glitchgaze)'나, 저지 클럽 리듬을 차용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메타버스 네이티브: 로블록스나 VR챗(VRChat) 내의 가상 클럽에서 공연하고 소비되는 음악으로서, 물리적 실체가 없는 아바타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7.3 맺음말
글리치코어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완벽함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청각적 반란이며,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길을 잃은 디지털 세대의 비명이다. 비록 그 이름은 언젠가 잊혀질지 모르지만, 디지털 기술의 오류를 인간적인 표현의 도구로 삼는 그 정신—'실패의 미학'—은 AI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미래에 더욱 중요한 예술적 화두가 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글리치 속에 살고 있으며, 그 파열음은 우리의 실존을 증명하는 소리이다.
담주에 봐용
